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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나는 학교에 갑니다”

  • 이수경
  • 조회 : 9643
  • 등록일 :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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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삶을 지키기 위해, 나는 학교에 갑니다”
- 영화 &lt;우리학교&gt; 리뷰

“소원은 세계가 평화로워지는 것.. 누가 위고 누가 아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평등하게... 그렇게 자주롭게 나아가야 하는 것..”
나지막한 목소리로 소원을 말하는 남자아이. 여느 고등학생과 다른 꽤 거창하고도 심오한 소원에 놀라울 따름이다. 기숙학교를 둘러싼 소소한 일상이 등장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다큐멘터리 영화, &lt;우리학교&gt;. 일본 최북단의 가장 큰 섬이자 6천명의 재일 동포가 살고 있는 홋카이도에 존재하는 유일한 조선학교, ‘혹가이도 조선학교’가 주 무대다.


선생님과 학생 모두, 한복을 입고 조선말을 쓴다. 독특한 억양이 낯설다. 어색하지만 말투를 바꿔가려는 노력은 정체성을 찾기 위함이다. “나는 일본사람, 북한사람도 아니고, 조선사람입니다.” 라는 한 아이의 인터뷰가 등장한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 “내면에서만 지키고 있어도 외면에 나오지 않으면, 점점 내면에 침투해 가고....” 고국 땅을 밟은 경험이 없는 아이도, 부모님과 자신의 핏줄을 지키려한다. 재일조선인의 자부심은, 타국에서 차가운 멸시를 받으며 살아온 고통의 역사를 딛고 뿌리를 내린 데서 출발한다. 2세도 그것을 안다. 학교는 그런 아이들에게 끊임없이 ‘너는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한다. 그렇다고 해도 강요는 없다. “일본 노래, 불러도 괜찮습니까?” 쉬는 시간에 선생님에게 일본 잡지를 보여주며 노래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천진난만하기 그지없다. 아이들을 보노라면, 사상의 차이와 민족의 개념은 떠올리기 힘들다.


“너희 학교 학생 중 한 마리 죽여버릴거야.” 전교생이 162명밖에 안 되는 작은 학교에 끊임없이 걸리는 협박 전화다. 하지만 우리 또한 이 장면에서 고개를 들 수 없다. 한민족, 동포애를 얘기하며 남북통일을 논하는 우리지만, 정작 가까이 있는 재일조선인에게 손을 내민 적은 없었다. 한국은 그들이 국적을 택하지 않는 이상 받아주지 않는다. 조선인을 택한 그들에게 한국은 타국이다. ‘혹가이도 조고’ 아이들은 조국 방문 수학여행도, 대부분 자신들을 받아주는 북한으로 향한다. 성공회대 서경식 교수가 그랬던가, 재일조선인 역시 또 하나의 ‘디아스포라’라고.

북을 방문하고 돌아 온 아이들은 항구에서 발이 묶인다. 일본 우익 시위대를 피하기 위해, 한복 저고리를 벗고 체육복을 갈아입는 아이들. 이윽고 한 아이가 유리창에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우리나라 통일♡’. 힘든 상황 속에서 조선의 것을 지키는 재일조선인들의 애환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크다. 그래도 그들은 그렇게 웃으며, 서로 어깨를 두드리며 살아간다. 어쩌면 내가 웃는 것보다, 그 아이들이 더 환하게 웃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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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운동회를 즐기고, 축구 시합에 열을 올리는 아이들. 그야말로 평범한 일상 속에서 아이들은 울고 웃는다. 하지만 이들의 웃음을 보는 나는 눈물이 났다. 학교를 벗어나 아이들이 겪어야 할 사회, 아이들이 받을 상처가 걱정됐다. 영화 말미의 졸업식에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말한다. “어려움이 있을 땐 사양 없이 ‘우리학교’를 찾아오십시오! 우리학교는 여러분의 영원한 모교입니다!” 그들에게 따뜻한 모국이 되어주지 못하는 한국을, 작은 학교가 대신하고 있었다. 영화에 나온 대사를 이용해, 김명준 감독과 故 조은령 감독에게 감사를 표한다. “고맙습니다. 덕분에 뜨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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