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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그대의 어디를 움켜쥐어 잠시 멈추게 있게 할 수 있을까
- 선희연
- 조회 : 9800
- 등록일 : 2009-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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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의 어디를 움켜쥐어
잠시 멈추게 있게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천사의 유혹>은 남자 주인공이 전신성형한 채 전 부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이런 내용의 드라마는 그 전에도 있었다. <아내의 유혹>. 물론 성형이 아니라 얼굴에 점 하나만 찍은 거지만. 이 드라마들보다 훨씬 엽기적인 사랑이야기가 있다. 김기덕의 <시간>이 그렇다.
그렇다고 성형수술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왜냐하면 김기덕 감독은 매번 제목을 지으면 정말 그것을 찍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쁜 남자>에선 정말 나쁜남자를 찍었고, <활>에서는 활을 찍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는 사계를 찍었고, <빈 집>에선 빈 집을 찍었다. 그러니 <시간>에서는 시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시간’이란 것은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이 찍은 것과 다르게 실제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실제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한 여자의 과거이자 수술받기 이전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엔딩 부분에 나타난 ‘새희’와 그 이전의 ‘세희’가 만나는, 즉 현재(새희)와 과거(세희)가 만나는 시간을 시작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 비평가들에 의하면 이 부분을 ‘프로이트에 대한 조롱(백건형)’ ‘처음과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또 다른 시작(남다은)’ 등으로 표현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간단하게는 ‘운명의 반복’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희는 여자들이 지우에게 관심 갖는 것이 자꾸만 신경쓰여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세희는 ‘이제 내가 지겹지’ ‘맨날 본 얼굴 또 보니 지겹지’하고 묻는다. 그리고는 유령처럼 사라진 세희. 그 이후 지후에게 다가선 새로운 여자. 바로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새희라는 여자.
그러나 세희는 알지 못했다. 처음 지우는 새희에게 호감을 갖지만, 새희가 세희의 성형 후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 도망간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제 아무리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꾼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결국 새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얻었지만 지우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희라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세희’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그런 그녀를 두고 사라진 남자.
이 시점을 기준으로 영화는 방향을 바꾸어 질주한다. 세희는 광기어린 모습으로 지우를 찾아 나선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글라스를 쓰고 큰 마스크를 한 사진기를 든 남자를 찾아 강변까지 따라가기도 하고, 혹은 전에 함께 갔던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는 해변가를 가기도 하며, 매번 그들이 만나던 카페에 앉아 기다리다 혼자 온 남자에게 손 한번 잡아 봐도 되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우가 아니었다. 세희는 점점 집착을 넘어 지우와 비슷한 대상만 보면 자석처럼 달려간다. 지우와 비슷한 남자의 죽음을 보고 난 그녀는 자신이 수술했던 성형외과를 찾아간다. 의사는 말한다. “이제 아무도 몰라보게 해드릴까요?”
이 영화는 반복이다. 그들의 관계를 매듭짓는 것은 시간 속의 기억과 그것 사이의 경험이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다. 세희는 말한다. “시간이 무서웠어...모든걸 변하게 하는 시간이....” 라고. 반복 안에서 다름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지우 역시 변해버린 그녀를, 변하지 않은 자신으로써는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 바로 자신도 그녀처럼 변해가는 것. 성형.
보는 내내 슬프고 아찔할 정도로 소름끼치지만, 그러나 너무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영화였다. 비록 감독이 매번 보여줬던 ‘김기덕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번 그의 영화를 기대하게끔 만든다.
“세희씨...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시간의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좌절하지 않은 이가 누가 있을까."
그대의 어디를 움켜쥐어
잠시 멈추게 있게 할 수 있을까
드라마 <천사의 유혹>은 남자 주인공이 전신성형한 채 전 부인에게 복수한다는 내용의 이야기다. 이런 내용의 드라마는 그 전에도 있었다. <아내의 유혹>. 물론 성형이 아니라 얼굴에 점 하나만 찍은 거지만. 이 드라마들보다 훨씬 엽기적인 사랑이야기가 있다. 김기덕의 <시간>이 그렇다.
그렇다고 성형수술이야기를 하자는 건 아니고. 왜냐하면 김기덕 감독은 매번 제목을 지으면 정말 그것을 찍었기 때문이다. 예컨대 <나쁜 남자>에선 정말 나쁜남자를 찍었고, <활>에서는 활을 찍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에서는 사계를 찍었고, <빈 집>에선 빈 집을 찍었다. 그러니 <시간>에서는 시간을 찍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시간’이란 것은 지금까지 김기덕 감독이 찍은 것과 다르게 실제하는 것이 아니다. 아니 실제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다.
<시간>은 한 여자의 과거이자 수술받기 이전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영화이다. 그리고 엔딩 부분에 나타난 ‘새희’와 그 이전의 ‘세희’가 만나는, 즉 현재(새희)와 과거(세희)가 만나는 시간을 시작으로 들어가게 된다. 영화 비평가들에 의하면 이 부분을 ‘프로이트에 대한 조롱(백건형)’ ‘처음과 비슷하지만 같지 않은 또 다른 시작(남다은)’ 등으로 표현하는데, 내가 생각하기엔 간단하게는 ‘운명의 반복’ 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세희는 여자들이 지우에게 관심 갖는 것이 자꾸만 신경쓰여 견딜 수 없다. 그래서 세희는 ‘이제 내가 지겹지’ ‘맨날 본 얼굴 또 보니 지겹지’하고 묻는다. 그리고는 유령처럼 사라진 세희. 그 이후 지후에게 다가선 새로운 여자. 바로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지만 처음 보는 새희라는 여자.
그러나 세희는 알지 못했다. 처음 지우는 새희에게 호감을 갖지만, 새희가 세희의 성형 후 모습이라는 것을 알고는 놀라 도망간다. 본질이 바뀌지 않는 한 제 아무리 성형수술로 외모를 바꾼다고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것을. 결국 새희는 자기가 원하는 것은 얻었지만 지우가 사랑하는 사람이 세희라는 사실에 눈물을 흘리며 다시 ‘세희’로 돌아오고 싶어한다. 그리고 이번에는 반대로 그런 그녀를 두고 사라진 남자.
이 시점을 기준으로 영화는 방향을 바꾸어 질주한다. 세희는 광기어린 모습으로 지우를 찾아 나선다. 지하철에서 우연히 마주친 선글라스를 쓰고 큰 마스크를 한 사진기를 든 남자를 찾아 강변까지 따라가기도 하고, 혹은 전에 함께 갔던 조각상들이 늘어서 있는 해변가를 가기도 하며, 매번 그들이 만나던 카페에 앉아 기다리다 혼자 온 남자에게 손 한번 잡아 봐도 되겠느냐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우가 아니었다. 세희는 점점 집착을 넘어 지우와 비슷한 대상만 보면 자석처럼 달려간다. 지우와 비슷한 남자의 죽음을 보고 난 그녀는 자신이 수술했던 성형외과를 찾아간다. 의사는 말한다. “이제 아무도 몰라보게 해드릴까요?”
이 영화는 반복이다. 그들의 관계를 매듭짓는 것은 시간 속의 기억과 그것 사이의 경험이다. 흐르는 시간을 잡을 수 없다. 세희는 말한다. “시간이 무서웠어...모든걸 변하게 하는 시간이....” 라고. 반복 안에서 다름을 향해 나아가려는 것, 그것이 사랑이었을까. 지우 역시 변해버린 그녀를, 변하지 않은 자신으로써는 같지 않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는 방법, 바로 자신도 그녀처럼 변해가는 것. 성형.
보는 내내 슬프고 아찔할 정도로 소름끼치지만, 그러나 너무 현실적일 수밖에 없는 그런 영화였다. 비록 감독이 매번 보여줬던 ‘김기덕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매번 그의 영화를 기대하게끔 만든다.
“세희씨... 당신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시간의 무소불위의 권력 앞에서 좌절하지 않은 이가 누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