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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영화 여배우들을 보고

  • 유정화
  • 조회 : 9643
  • 등록일 : 2009-12-20



 

 

샴페인을 마실 때는, 항상 이 순간이 사라져버릴 것만 같다. 친구들과 소박하게 소주잔을 기울일 때나, 거품 가득한 맥주를 ‘꼴꼴꼴’ 따를 때나, 나름 고급스런 느낌을 풍기는 와인을 한 모금 머금을 때와는 다른 묘한 기분이다. 아마도 ‘팡’하고 터지는 샴페인 따는 소리나, ‘샴페인’이라는 고급스럽고 특별한 술을 마시는 황홀한 분위기 때문일 것이다. 영화 <여배우들>의 끝지막에 여섯 명의 아름다운 여배우들은 다함께 샴페인을 마신다. 하지만 <여배우들>을 다 보고 나면, 마치 영화를 상영하는 2시간 여 내내 샴페인을 마신 것 같은 묘하게 황홀한 기분이 들었다.


 

 

 

영화 <여배우들>은 여배우 여섯 명이 크리스마스 이브 날 패션지 <보그>의 화보를 찍기 위해 모여서 수다를 떠는 영화다. 영화는 정해진 각본이 없이 여배우들 각자가 여배우인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그래서인지 영화를 보고 나면 무엇이 설정이고 무엇이 진짜 모습이었는지 헷갈린다. 혼자 주목받는 데 익숙했던 여배우들이 모두 모이자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급기야 고현정과 최지우는 싸우기까지 한다. <여배우들>은 화려한 패션화보를 찍는 여배우의 모습과 무대 뒤 그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이들에 감정이입을 유도하는 영리한 영화다.


 



 

 

“당시에는 여배우가 이혼하면 TV에 못나오게 했어”, “다들 괜찮다고 해도 아직도 나 이상하게 보는 그런 거 있다?” 윤여정과 고현정, 이미숙이 말하는 “여배우의 이혼”이라는 사건에 대한 심경토로는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이다. 노년의 로맨스를 즐기는 고집 센 어머니, 스스로 왕이 되겠다고 선언하는 대장부, 50이 넘은 나이에도 ‘여’배우로 남겠다고 선언하는 전 팜므 파탈. 이 셋은 ‘기가 세다’는 것과 ‘이혼을 경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눈물을 흘리며 지난 일들을 고백할 때, 영화는 절정에 다다른다. 여배우들에 대한 공공연한 인신공격적인 루머, 이들의 사생활에 대한 대중들의 과도한 관심, 이들에 대한 루머를 상품가치로 환산한 X-File이 여전히 떠돌아다니는 상황 속에서도 이들의 진심어린 눈물은 공감을 이끌어낸다. “아, 여배우들도 사람이었지”하는 깨달음을 새삼스레 주는 순간이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여배우들의 사생활에 대한 쓸데없는 관심을 얼마나 거두어줄 지는 모르겠지만, 이들이 또다른 사랑을 하고 스캔들에 휘말렸을 때 영화에서 그녀들이 흘렸던 눈물이 한번쯤은 생각날 것 같다. 그러한 점에서 이 영화는 혹자의 말처럼 ‘여배우 인권신장 보고서’라 할만하다. 그 와중에 안타까운 사실은, 이 장면에서 아직 미혼인 최지우, 김민희, 김옥빈은 입을 꼭 다물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혼 여성들에게 자신의 연애 경험을 공공연히 밝히는 것은 여전히 이 사회에서는 권장되지 않는 덕목이다.


 



 

<여배우들>은 “영화를 한 편 보았구나”하는 느낌보다는 왁자지껄한 파티에 초대되었던 것 같은 느낌이 들게 하는 영화다. 영화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는 진짜인지 설정인지 모호하다. 최지우가 자기만 주목받고 싶어서 “얼굴이 부었으니 촬영날짜를 옮겨달라”고 거짓말하는 장면, 김옥빈이 윤여정에게 “사는 게 다 재미없어요, 연애를 해도 안해도, 작품을 해도 안해도”라고 말하는 장면, 고현정이 회사에 소속된 신인을 데려와 소개시키자 모두들 “남자 친구 아니냐”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장면 등은 “쟤네 진짜 저런 성격일거야”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특히 영화 중간중간 고현정이 하는 대사 중에는 영화관에 모인 관객들이 ‘하하’ 소리내어 웃게 하는 대목들도 많아, 영화가 끝나고 나오는 길에 관객들은 한결같이 “고현정과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몇 년 전에 개봉되었더라면 영화 속 여배우들의 성격과 실제 여배우들의 성격의 같고 다른 점을 찾아내는 기사들이 우루루 쏟아졌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배우들도 “진짜도 있고 설정도 있는데 어느 것이 진짜이고 아닌지 스스로도 구분이 잘 안 된다”라고 말한 인터뷰 기사들이 쏟아진다. 아마도 무한도전,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등 TV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대중적인 인기 덕택에, 대중들이 페이크 다큐멘터리 형식에 익숙해진 탓일 것이다. 스크린 밖 대중들을 스크린 속 여배우들의 스크린 밖 모습들과 스크린 속에서 만나게 하는 힘이 영화<여배우들>의 치명적인 매력이다. 한결 가까워진 여배우들을 보면서 20대인 내가 30대, 40대, 50대, 60대가 되었을 때 그녀들처럼 될 수 있을까 없을까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은, 영화<여배우들>이 20-30대의 아름다운 여성들의 삶만 조명했던 지난 영화․드라마보다 ‘진보한’ 영화라고 생각하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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