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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무엇이 르몽드를 정론지로 만드는가?

  • 김상윤
  • 조회 : 9676
  • 등록일 : 2009-12-20

무엇이 "르몽드"를 정론지로 만드는가?
 
프랑스의 대표적인 신문은 뭘까? 대부분 주저없이 르 몽드를 꼽는다. 르 몽드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일간지이며 지성인들이 주로 읽는 중후한 신문이다. 또한, 외국 언론들이 반드시 참고하는 준거(reference) 신문이다.
 
르 몽드의 "르"는 정관사이고 "몽드(Monde)"는 세계를 뜻하므로 우리말로 굳이 번역해 보면 "세계일보"쯤 된다. 르 몽드는 1944년 12월 18일에 창간된 신생 언론이다. 신문의 영향력이나 인지도 면에서 프랑스 최고를 자랑한다. 발행부수는 40만 부 수준이지만, 열독자는 하루 200만 명 정도다. 현재 프랑스어판 르 몽드 신문은 세계 120개 국가에서 읽히고 있다. 런던이나 베를린, 로마의 신문 가판대에서도 르 몽드 프랑스어판을 살 수 있다.
 
독립성
르 몽드가 내세우는 최고의 자부심은 "언론의 독립성"이다. 이는 차안 때부터 사시나 다름없어서다. 르 몽드는 줄곧 신문의 독립성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겨왔다. 르 몽드는 스스로 중립이 아닌 독립 언론을 지향한다고 밝힌다. 르 몽드가 다양성과 자유를 위협하는 인종주의와 파시즘은 절대 불허한다는 방침 아래 "고양이를 고양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듯이 극우를 극우라고 부를 수 있는" 권리를 위해 1996년에 앞장서 싸웠던 것이 이를 증명한다. 권력의 견제 도구를 표방하며 정부 주도가 아닌 시민 주도의 사회를 만드는 것을 모토로 해온 것이 르 몽드를 진정한 독립 언론으로 불리게 해왔다.
 
또한 경제적 독립 역시 르 몽드가 추구하는 중요한 가치다. 르 몽드의 경우 총매출액의 40%정도를 광고수입에 의존하고 나머지는 구독료로 충당하고 있다. 르 몽드의 신문가격이 비싼 이유이다. 광고수입이 전체 수입의 70% 차지하는 국내 언론과 달리 르몽드는 광고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다. 또한, 르 몽드의 경우 회장의 지분은 0.1% 이하이며 최대 주주는 기자회이다. 편집권이 기자에게 독립되어 보장되는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는 익히 족벌언론으로 불리는 것에서 알 수 있듯 편집권이 사주에 종속된다. "소유주와의 편집진과의 유착을 통해 공공의 언론이 사주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적인 매체로, 기자들은 사주라는 독재자의 사병(私兵)으로 전락"하는 것이다.
 
의견저널리즘
르 몽드가 일반 대중지와 가장 차별점이 있다면 단순한 사건 사실보도를 하기보다는 어떤 사안을 바라보는 데 좀더 깊이 있는 분석과 시각을 제공하는 점이다. 이러한 점은 신문 지면 구성에서 드러난다. 정치, 사회면이 먼저 나오는 국내 언론과 달리, 르몽드는 "Page Trois"(3면)라는 특별면이 먼저 구성된다. 3면은 2005년 르몽드가 혁신한 것 중에 가장 참신한 면으로 평가된다. 주제는 평범할 지도 모르지만, 세계의 흐름 속에서 중요한 주제를 잡아 보도한다. 문화, 인권, 정치, 사회 등 다양하다. 각 주제에 관한 뉴스를 깊이있게 보도함으로써 한 사회 나아가 세계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프랑스 뉴스는 지구면, 국제면, 유럽면에 이어 나온다. 정치, 사회면으로 따로 분류되어 있지 않다. 주로 정치 내용이 많긴 하지만, 심층 기사가 대부분이다. 한국 신문에서 다반사인 정쟁, 다시 말해 정당끼리의 이전투구 기사는 다루지 않는다. 불필요한 양비론을 양산할 뿐이다. 공정성을 가장한 무책임한 기사다. 독자들은 정치권의 다툼만 보지, 진정으로 각 정당이 무슨 철학으로 어떤 정책을 추진하는지 알지 못한다. 신문이나 방송이 기회를 주지 않는다. 르몽드는 기사로 각 정당의 입장만을 다룬다. 그리고 이를 심층 분석, 전망해 준다. 다음은 독자들의 몫이다.
 
사회면의 내용은 주로 재판 등 사법, 복지, 노동, 환경, 보건, 인권 등이다. 주요 사회 정책이나 주요 사건 재판 등에 대한 분석과 해설 기사가 주를 이룬다. 우리 같은 사건 사고 소식은 거의 찾을 길 없다. 언론사에서 좋아하는 따끈따끈한 기사가 없다. 프랑스 자체가 별로 사건 사고가 없기도 하지만 자질구레한 사건 사고를 침소봉대하지 않는다. 우리처럼 경찰을 취재하는 구조도 없기 때문에 의미조차 찾기 어려운 사건사고의 나열은 없다. 이곳도 살인이나 범죄 사건은 있지만, 주로 재판 과정에서 기사로 취급한다. 판결이 나기 전에 이러쿵저러쿵 떠들며 명예 훼손의 소지를 만들지도 않는다. 대중의 입맛을 끄는 사건 사고는 대중지들이 맡아서 할 일이기 때문이다.
 
사진을 쓰지 않는 르 몽드
르 몽드는 사진을 거의 쓰지 않는 신문으로 유명하다. 창간 초기부터 사진을 쓰지 않으면서 엄격한 문체를 고수해 왔는데, 이것은 오늘날까지도 큰 틀에서 지켜지고 있는 르 몽드의 편집 전통이다. 최근 예전에 비해 사진을 싣는 빈도가 많아졌지만, 1면은 여전히 사진 대신 캐리커쳐나 희화적인 삽화, 만평 등을 싣고 있다. 르 몽드가 사진을 쓰지 않는 이유는 자칫 "이미지나 스펙터클"이 사건의 의미를 왜곡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한 편의 삽화가 전면 해설 기사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는 경우가 있다. 신문사 편집자들의 선입견이나 구구한 해설보다는 때로는 삽화나 만평, 카툰을 통해 분명한 메시지만을 전달해 주고 나머지는 독자의 이성적 판단에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르 몽드의 편집 방식은 대부분의 대중 신문들이 기사를 압도하는 사진을 싣거나 신문 1면에 대형 사진을 사용하는 방식과는 대조적이다. 대중 신문들이 대중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읽는 신문보다 보는 신문을 지향하는 추세이지만, 르 몽드는 이러한 시대적 추세를 역행하고 있다.
 
르 몽드는 신문 본래의 정신을 고집하며 여전히 "읽고 생각하는 신문", "속이 꽉 찬 신문"을 지향하고 있다. 이렇게 사진이라고는 거의 찾아볼 수 없는 "딱딱한 신문"이지만, 르 몽드는 그 공백을 분석 기사나 가치 있는 정보들로 채우고 있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정론지일까?
흔히 국내 보수언론은 모두 정론지라고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조선일보가 르 몽드와 같은 정론지가 될 수 있을까? 먼저, 국내 보수언론은 정치지향적이기보다는 권력지향적인 경향이 강하다. 모든 신문들은 정파성을 띌 수 있다. 르 몽드 역시 중립을 지키기보다는 당당하게 정치적 성향을 띄고 있다. 특히 반인권, 극우 파시즘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한다. 하지만 정보를 공정하게 전달하는 것은 다르다고 주장한다. 어떤 사안이 치열하게 찬반 대립이 있다면 독자에게 이를 사실 그대로 전달할 의무가 있다. 가치 판단은 독자가 하는 것이다. 르 몽드가 자신이 견해를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오직 사설뿐이다. 하지만 국내 언론들은 여전히 사실과 의견 분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자신의 입장에 유리하도록 사실 관계를 왜곡시키는 게 다반수이고, 그에 따른 사설 역시 합리적이기 보다는 아전인수격인 논리가 많은 게 사실이다.
 
조선일보의 독자층은 무려 300만 명이다. 르몽드지의 40만 명에 비하면 7배 이상이 수치다. 거기서 조선일보의 논조에 일방적으로 동조하는 독차층은 얼마나 될까? 300만 명이 모두 그러지 않을 것이다. 그 중 많은 독자층은 조선일보의 판매촉진 전략으로 신문을 구독하는 사람도 많은 게 사실이다. 조선일보는 구독자 300만명이 있기에 광고를 가장 많이 받을 수 있고, 또 다시 같은 기사를 양산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면 구독자 수를 50만 명이라도 줄이면 어떨까? 당장에는 광고수입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면 그만큼 구독료를 올리면 어떨까? 신문값이 올라가면 그만큼 독자층이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조선일보가 나름의 정론지를 표방해서 정확한 팩트를 제시하고 바른 방향을 유도하는 글을 써낸다면, 신문이 아무리 비싸도 고정 독자층이 생기지 않을까? 현재 조선일보에 좋은 감정을 갖지 못한 20~30대도 앞으로 10~20년이면 신문산업의 주요 소비자가 될 것이다. 이들을 생각한다면 조선일보가 나아갈 길은 자본의 횡포와 권력으로부터 독립을 지켜내는 정론지의 모습이 아닐까.
 
세명저널 김상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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