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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뜨거운 취재열기, 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 선희연
- 조회 : 10828
- 등록일 : 2009-05-27
뜨거운 취재열기, 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딱 이것만 말해주세요” vs “아, 모른다니까 그래”
밤 10시가 넘도록 이어진 조문객들의 행렬 옆에는 작은 실랑이가 벌어지고 있다. 새로운 사실을 캐내려는 뉴시스 기자와 진영읍 농협조합장의 대화다. 웃으며 매달리다 강한 어조로 말하기도 하는 기자의 품새와 피곤하다고 돌아서며 밥이나 먹자고 달래는 조합장의 태도가 팽팽히 맞서고 있다.
26일 , 전 노무현 대통령의 분향소가 나흘 째 차려져 있는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는 끊이지 않는 시민들의 발걸음만큼이나 언론들의 취재열기가 뜨겁다. 각 방송사들은 분향소 근처에 중계차와 카메라를 설치해 실시간으로 상황을 보도하고 있다.
▲ 방송 준비 중인 YTN 허성준 기자 Ⓒ 선희연, 류정화
언론사들이 한 공간에 모여 속보경쟁을 하다 보니 기자들은 새로운 기사를 빨리 전해야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었다. 허성준 YTN기자는 “방금 다른 방송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행적에 대한 특종을 하는 바람에 물을 먹었다”며 인터넷으로 급하게 속보를 확인했다. ‘물을 먹었다’는 것은 다른 언론사에게 특종을 빼앗겼다는 일종의 은어다. 분향소 옆에 차려진 임시 기자실에는 스무 명 남짓한 각 언론사의 기자들이 나란히 앉아서 기사를 쓰거나 뉴스를 읽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취재진들이 이곳에서 취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워왔던 일부 언론사들은 취재를 거부당했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의 회원인 허윤식(가명 34세)씨는 “조․중․동 기자들은 공식적으로는 이 안에서 취재할 수 없다 그들은 기사가 아니라 소설을 쓴다”며 강한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는 “이들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 정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적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상처를 줬다”고 덧붙였다.
▲분향소 옆 임시기자실에서는 각 언론사 기자들이 특종을 보도하기 위해
밤 늦도록 기사작성에 몰두하고 있다 Ⓒ 선희연, 류정화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한 기자는 일부 언론이 취재를 거부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 “취재 자유는 보장되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하지만 상황이 이렇게까지 된 데에는 언론들이 그동안 편파보도를 해왔기 때문인 것도 있다”며 자성의 목소리도 내비쳤다.
새벽까지 계속된 조문행렬로 26일 봉하마을을 방문한 시민들은 20만 명, 누적 방문객은 70만 명에 달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23일부터 나흘간 줄곧 이곳을 취재해 온 기자들은 29일 영결식 전까지 이곳에 머물며 뜨거운 취재경쟁을 벌일 예정이다.
공동취재=선희연 류정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