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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이동현]겨울특수 실종…“11월한달 절반도 일 못했다”

  • 이동현
  • 조회 : 11433
  • 등록일 : 2008-12-07
겨울특수 실종…“11월한달 절반도 일 못했다”
입력: 2008년 12월 05일 18:03:43
 
ㆍ불황 삭풍 - 창신동 봉제공장 골목 르포

20 ~ 30% 문닫고 60%는 일거리 끊겨
“30년만에 최악… 희망 없어 더 힘들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창신동 봉제골목. 좁은 골목을 따라 다가구 주택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일반 가정집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소규모 봉제 공장들이다.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완제품과 자재를 나르기 위해 드나드는 오토바이들로 좁은 도로가 붐볐으나 지금은 썰렁한 모습이다.
쌓이는 재고, 쌓이는 시름 지난 3일 서울 창신동 봉제골목의 한 공장에서 재봉사가 옷을 만들고 있다. 재봉사의 등 뒤로 팔려갈 곳을 찾지 못한 옷들이 쌓여있다. <김영민기자>

20년 넘게 옷을 만들어 온 김성일 사장의 공장으로 들어서자 25평 남짓한 공간에 4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었다. 이 공장은 최근 8명이던 직원이 반으로 줄었다. 지난 10월부터 일감이 거의 끊기다시피했기 때문이다. 동대문 쇼핑몰 등에서 하청을 받는데 최근 의류업체들의 판매가 줄자 주문량도 급감했다.

김 사장은 “12월 초면 겨울 상품으로 바빠야 할 시기다. 그런데 일이 없어 문을 닫는 날이 허다하다. 어제도 오전에만 작업하고 끝냈다”며 “최근에는 주 6일 중, 반은 일하고 반은 쉬는 꼴”이라고 말했다.

금융위기로 촉발된 경기침체 여파가 실물에까지 영향을 미친 지 오래다.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은 것은 의류. 씀씀이를 줄일 때 최우선으로 지갑을 닫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패션네트와 트래드클럽21&, 디자이너브랜드인 이원재 등 예닐곱개의 중견 패션업체가 지난 9월부터 잇따라 도산했다. 여기에 동대문 등 저가 의류의 판매도 줄면서, 이들의 하청을 받아 공장을 꾸려 온 중소업체들은 일감이 끊겼다.

창신동에 들어선 봉제 공장은 1500~3000개 정도로 추정된다. 이들 공장 인원만 1만4000명 정도. 그러나 최근 20~30%의 공장이 문을 닫았다. 그나마 문을 연 공장 10개 중 6개는 일거리가 없어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기업중앙회에 따르면 10월 봉제·의복·모피 업종의 가동률은 65.9%. 계절적 요인을 감안, 지난해 10월(73.4%)과 비교해도 10%포인트 가까이 줄었다.

김 사장의 공장도 올 여름 전까지 월 35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8월 말부터 주문이 줄어들더니 10월에는 소비가 급랭하면서 매출이 반 이하로 떨어졌다. 보통 주문을 받아 한 달에서 보름치 정도씩 샘플 작업 등 예비 작업을 준비해두는데 지금은 그날 오전 주문받은 양만 만들어 둔다. 재고를 남겨놔도 언제 나갈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봉제공장을 운영하는 한성화 사장은 이날 오전 옷 150장을 주문받았다. 전날에는 90장을 주문받았다. “우리는 사정이 그나마 나아서 매일 주문이 들어오는 거예요. 9명 인건비를 줄 만큼 되려면 하루 200벌씩은 만들어야 하는데.” 한씨의 공장은 한달 매출이 3000만원 수준이던 것이 30% 가까이 줄었다.

공장 한쪽에는 겨울 점퍼와 바지 등이 쌓여 있다. 업체들이 주문하고 가져가지 않은 재고들이다.

한 사장은 “물건을 원청업체에서 사가야 돈이 들어오는데 언제 팔려나갈지도 모르고 저렇게 쌓여만 있다”며 “1000만원어치는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장은 “가장 두려운 것은 소비가 위축됐다는 점”이라며 “언젠가는 나아질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기가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힘든 것은 희망이 없다는 사실이다. 내년 1~2월 사정은 더 좋지 않을 것으로 보여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푸념했다.

실제로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1500개 중소제조업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경기전망조사 결과를 보면 의복·모피 업종 종사자들의 내년 전망은 비관적이다. 이 업종의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는 63.2. 2002년 4월 지수 작성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전체 제조업 전망지수 65에도 못미친다.

대기업 패션브랜드의 하청을 받는 업체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국내 유명업체의 등산복 등을 만드는 박모씨는 “9월부터 일감이 절반 수준으로 줄면서 인력을 30%나 줄였다”며 “재고량이 늘어나자 납품 단가도 15% 정도 깎였다. 오늘도 일감이 없어 하루를 그냥 보냈는데, 그제는 주변 공장이 일감이 없어 올스톱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창신동에서 33년째 봉제 공장을 하고 있는 차경남 대표는 “공장을 시작한 지 30여년이 되었지만 이렇게 어려운 적은 처음”이라며 “10년전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 했다.

차 대표는 중국과 일본에 청바지를 수출한다. 지난해 10만달러 규모였던 수출량이 올해 9000달러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출하는 입장에서 보면 고환율 덕에 외국에서 우리 물건이 40~50%씩 싸진 상황인데도 주문은 없다”며 “일본, 중국 바이어 상담이 70%나 줄면서 지난달 통틀어 13일 일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국내 물건이 가격 경쟁력은 있지만 해외에서도 소비가 줄어버리는 탓이다. 차씨는 인력을 6명에서 1명 줄이고, 공장이 쉬는 날은 직원들의 임금을 주지 않기로 했다.

그는 이어 “어느 지역에서 공장을 하던 누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얘기가 요즘 종종 들린다. 간혹 언론에 보도가 되는 것도 있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보미기자>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
admin 이동현   2008-12-07 15:27:53
지난주 수업시간에 다뤘던 주제랑 비슷한 기사가 나왔네요. 이렇게 써야 되는 거였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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