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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김하늬]쓰던 명품 내놓는 사람들
- 김하늬
- 조회 : 12805
- 등록일 : 2008-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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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좀 부탁합니다. 딸 결혼식 때 딱 한 번 입었던 옷입니다."
2일 오후 7시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T전당포. 중고 명품을 구입하거나 명품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주는 명품 전문 전당포다. 가게 안에서 한 중년 남자(58)가 쇼핑백에서 검은색 이탈리아제 남성 정장인 "제냐" 양복 한 벌을 꺼내 주인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165㎝ 정도의 키인 그는 주인이 양복을 꼼꼼히 살피자 "딱 한 번밖에 안 입었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양복 값으로 40만원을 받은 그는 "큰아들(27)이 취직했는데 양복 한 벌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전당포에 판 양복은 지난 4월 막내딸이 시집 갈 때 사위가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2004년 퇴직해서 식당을 차렸으나 장사가 안 돼 지난 6월 가게 문을 닫은 뒤로는 일정한 벌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사위 볼 면목이 없으니 기사를 쓰더라도 내 이름은 물론이고 성(姓)도 밝히지 말라"고 당부하며 발길을 돌렸다.
2일 오후 7시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에 있는 T전당포. 중고 명품을 구입하거나 명품을 담보로 돈을 대출해주는 명품 전문 전당포다. 가게 안에서 한 중년 남자(58)가 쇼핑백에서 검은색 이탈리아제 남성 정장인 "제냐" 양복 한 벌을 꺼내 주인에게 보여주고 있었다. 165㎝ 정도의 키인 그는 주인이 양복을 꼼꼼히 살피자 "딱 한 번밖에 안 입었습니다"라는 말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양복 값으로 40만원을 받은 그는 "큰아들(27)이 취직했는데 양복 한 벌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전당포에 판 양복은 지난 4월 막내딸이 시집 갈 때 사위가 선물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대기업에 근무하다 2004년 퇴직해서 식당을 차렸으나 장사가 안 돼 지난 6월 가게 문을 닫은 뒤로는 일정한 벌이가 없다고 했다. 그는 "사위 볼 면목이 없으니 기사를 쓰더라도 내 이름은 물론이고 성(姓)도 밝히지 말라"고 당부하며 발길을 돌렸다.
- ▲ 지난 2일 오후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G전당포에서 이 가게 주인이 손님들이 돈을 대출받기 위해 담보로 맡긴 명품들을 꺼내 보 여주고 있다. 정경열 기자 krchung@chosun.com
경기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서울 압구정동과 청담동 일대에 산재해 있는 중고 명품 전당포에 고가(高價)의 물건을 내놓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때 수백~수천만원짜리 가방과 액세서리를 구입했던 사람들까지 생계의 궁지에 몰린 경우가 적지 않다는 말이다. 서울 압구정동 로데오거리 주변에는 이런 중고 명품 전당포가 30여개가 있다.
◆대학생에서 주부까지…대부분 팔려는 사람
이곳 중고 명품 전당포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이나, 구입해가는 사람이나 모두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불황이 뚜렷해진 하반기부터는 40~60대 중·장년층까지 연령층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한다.
T전당포 주인 김모(38)씨는 "4~5개월 전만 해도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이 하루 10명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30명이 넘는다"며 "요즘에는 주로 팔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대학생 정모(여·24)씨가 "대학 입학할 때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것"이라며 둘레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검은색 "샤넬" 시계를 들고 왔다. 주인 김씨가 돋보기로 시계를 관찰한 뒤 "200만원"이라고 가격을 매겼다. 정씨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서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힘들어…"라며 말끝을 흐렸다.
비슷한 시각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있는 G전당포. 한모(여·26)씨 등 20대 여성 2명이 카운터에 "루이비통" 핸드백과 핑크색 "지미추" 구두 한 켤레를 올려놓고 있었다. 한씨는 "원룸 월세 때문에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불황의 한파가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먼저 닥친 것은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2일 오전부터 밤까지 압구정동 일대 전당포를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이 자영업자들이었다. 이날 밤 D전당포에 1년 전 구입한 은색 "롤렉스" 시계를 갖고 온 조모(42)씨는 휴대전화 대리점 업주였다. 그는 "장사가 안 돼 가게세가 두 달이나 밀렸다"고 했다. 바로 옆에 있는 L전당포에는 40대 여성이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던 검은색 "샤넬" 롱코트를 들고 왔다. 그는 "3년간 운영해왔던 식당 문을 지난 5월 닫았다"며 "딸 학원비에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펀드가 반 토막이 난 30대 회사원도 있었다. 영업 마감시간 직전인 밤 9시에 D전당포를 찾은 유모(35)씨는 "까르띠에" 시계를 카운터에 놓았다. 펀드로 2500만원을 잃었다는 그는 "돈이 쪼들려서 갖고 있던 명품들을 하나 둘 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담보 물건 찾아가지 않아
중고 명품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재래식 전당포에는 현금화하기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을 들고 와서 "퇴짜"를 맞는 사람들도 많았다. 3일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H전당포에 아들(9)의 손을 잡고 들어선 심모(여·38)씨는 전기장판과 회색 녹음기, 구형 필름 카메라를 맡기고 돈을 변통할 수 없는지 찾아왔다. 주인 김모(58)씨는 "전부 담보로 잡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아이 겨울 점퍼 하나 사주고 싶어서 왔다"며 "이곳이 세 번째인데 모두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당포에 물건을 담보로 맡기고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압구정동 일대 전당포의 경우 "명품 담보 대출" 기간은 보통 1개월이며, 월 4%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상환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물건을 처분한다.
L전당포 주인 이모(45)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니 담보로 맡긴 물건을 찾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올해 들어 물건을 맡기고 되찾아 간 사람은 2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대학생에서 주부까지…대부분 팔려는 사람
이곳 중고 명품 전당포에 따르면 올 상반기까지 물건을 들고 오는 사람이나, 구입해가는 사람이나 모두 20~30대 젊은층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불황이 뚜렷해진 하반기부터는 40~60대 중·장년층까지 연령층이 훨씬 다양해졌다고 한다.
T전당포 주인 김모(38)씨는 "4~5개월 전만 해도 물건을 팔러 오는 사람이 하루 10명 안팎이었는데 지금은 30명이 넘는다"며 "요즘에는 주로 팔러 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에는 대학생 정모(여·24)씨가 "대학 입학할 때 아버지가 선물로 주신 것"이라며 둘레에 다이아몬드가 박힌 검은색 "샤넬" 시계를 들고 왔다. 주인 김씨가 돋보기로 시계를 관찰한 뒤 "200만원"이라고 가격을 매겼다. 정씨는 "아버지 사업이 어려워져서 등록금을 마련하기가 힘들어…"라며 말끝을 흐렸다.
비슷한 시각 로데오거리 한복판에 있는 G전당포. 한모(여·26)씨 등 20대 여성 2명이 카운터에 "루이비통" 핸드백과 핑크색 "지미추" 구두 한 켤레를 올려놓고 있었다. 한씨는 "원룸 월세 때문에 팔려고 한다"고 말했다.
불황의 한파가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먼저 닥친 것은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2일 오전부터 밤까지 압구정동 일대 전당포를 돌아다니며 가장 많이 만난 사람들이 자영업자들이었다. 이날 밤 D전당포에 1년 전 구입한 은색 "롤렉스" 시계를 갖고 온 조모(42)씨는 휴대전화 대리점 업주였다. 그는 "장사가 안 돼 가게세가 두 달이나 밀렸다"고 했다. 바로 옆에 있는 L전당포에는 40대 여성이 남편에게 생일 선물로 받았던 검은색 "샤넬" 롱코트를 들고 왔다. 그는 "3년간 운영해왔던 식당 문을 지난 5월 닫았다"며 "딸 학원비에 보태려고 한다"고 말했다.
펀드가 반 토막이 난 30대 회사원도 있었다. 영업 마감시간 직전인 밤 9시에 D전당포를 찾은 유모(35)씨는 "까르띠에" 시계를 카운터에 놓았다. 펀드로 2500만원을 잃었다는 그는 "돈이 쪼들려서 갖고 있던 명품들을 하나 둘 다 팔고 있다"고 말했다.
◆담보 물건 찾아가지 않아
중고 명품 전당포를 찾는 사람들은 그나마 사정이 나았다. 재래식 전당포에는 현금화하기에 아무런 가치가 없는 물건을 들고 와서 "퇴짜"를 맞는 사람들도 많았다. 3일 오전 11시40분쯤 서울 영등포구에 있는 H전당포에 아들(9)의 손을 잡고 들어선 심모(여·38)씨는 전기장판과 회색 녹음기, 구형 필름 카메라를 맡기고 돈을 변통할 수 없는지 찾아왔다. 주인 김모(58)씨는 "전부 담보로 잡을 수 없는 것들"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아이 겨울 점퍼 하나 사주고 싶어서 왔다"며 "이곳이 세 번째인데 모두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당포에 물건을 담보로 맡기고 찾아가지 않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압구정동 일대 전당포의 경우 "명품 담보 대출" 기간은 보통 1개월이며, 월 4%의 이자를 물어야 한다. 상환 기한을 지키지 못하면 물건을 처분한다.
L전당포 주인 이모(45)씨는 "경기가 어려워지니 담보로 맡긴 물건을 찾아가는 사람이 거의 없다"며 "올해 들어 물건을 맡기고 되찾아 간 사람은 2명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