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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이영은]과거사 청산 ‘역주행’…예산 핑계로 ‘난파 의도’

  • 이영은
  • 조회 : 12403
  • 등록일 : 2008-12-04
과거사 청산 ‘역주행’…예산 핑계로 ‘난파 의도’
‘과거사위 통폐합’ 논란
전문성 무시하고 통합 땐 예산 등 더 들수도
미해결 사건 ‘수두룩’ 현재 업무만도 빠듯해
한겨레 권오성 기자
» 진실화해위원회 주요 진상규명 사건·처리 현황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원회 때부터 공언했던 ‘과거사위 통폐합’ 방안이 가시화하고 있다.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등 14명이 지난 20일 국회에 제출한 15개 관련 법률 개정안은, 현행 14개 과거사 위원회의 기능을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로 합치는 것이 뼈대다. 개정안은 “예산 절감과 효율성 제고”를 입법 취지라고 밝혔지만,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통폐합 효과가 크지 않다”는 의견을 내놨다. 관련 단체와 피해자들은 “과거사위의 역사적 상징성을 무시한 채 위원회 활동을 사실상 무력화하려는 수순”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 효율성 증진? 이달 말로 법정 활동기한(3년)이 끝나는 군의문사위원회는 지난 9월까지 접수 사건의 절반도 처리하지 못했다. 여당 개정안은 미처리사건을 진실화해위로 이관해 처리하자는 것이고, 이에 맞서 안규백 민주당 의원 등은 ‘활동기한 2년 연장’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국회에 낸 상태다.

특히 군의문사위의 경우, 다른 위원회와는 기능과 성격이 달라 통폐합 대상으론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다. 진실화해위 등이 권위주의 시대 ‘정치적 사건’에 대한 진실규명이 주된 업무라면, 군의문사위는 개별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을 조사해 밝히는 ‘민원’ 성격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유정 인하대 교수(법학)는 “군의문사위 업무는 부검 같은 법의학적인 전문성이 요구되기 때문에 무리한 통폐합이 오히려 효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서중석 성균관대 교수(사학)는 “위원회는 나름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는데 하나로 합치자는 것은 불순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스럽다”며 “제주 4·3사건 진상규명위의 경우, 8년여 동안 활동하면서 유해 발굴 및 보존 등 전문성을 이미 갖추고 있는데, 이를 다른 곳으로 통합해버리면 업무에 적응하기까지 예산과 자원이 더 들어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중복 조사? 여당 개정안은 각 위원회간 ‘중복 업무’를 통폐합 필요성의 주된 근거로 들고 있다. 예컨대 ‘이수근 간첩조작 의혹사건’의 경우, 진실화해위는 “공권력의 고문에 의해 조작된 사건”이라는 결정을 내린 반면, 민주화운동 관련자 명예회복 및 보상심위위원회는 “이수근의 민주화운동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서로 다른 결론을 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관련 위원회 쪽은 조사 업무와 심사·보상 업무의 전혀 다른 성격에 대한 ‘이해 부족’이라고 반박한다. 진실화해위는 특정 사건의 고문·조작 등 진실 규명이 주된 업무이고, 민주화운동보상위는 ‘한국사회 민주화에 기여했는가’를 판단해 명예회복과 보상 여부를 결정하는 기관이라는 것이다. 진실화해위 관계자는 “이수근 사건의 경우, 공권력에 의한 고문·조작이 있었느냐를 밝히는 것과, 그 관련자의 행위가 민주화에 기여했느냐를 판단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며 “이를 중복 업무라고 지적하는 것은 억지”라고 말했다.




■ 산적한 미해결 사건들 군의문사위의 사건 처리율은 지난 9월 말 기준 42%에 지나지 않는다. 접수된 진정사건이 출범 때 예상치인 300건의 두 배인 600건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다른 위원회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친일재산조사위의 사건 처리율은 30%, 일제강점하동원위원회는 37%에 그치고 있다. 법정 활동기한 4년에 2년 연장이 가능해 최대 6년인 기한을 절반 이상 보낸 진실화해위는 지금까지 접수 사건의 29%밖에 처리하지 못했다. 진실화해위의 한 조사관은 “현재 업무만 해도 기한 만료일까지 종료하기 빡빡한 상황인데, 다른 위원회 일까지 넘어온다면 사실상 감당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재 14개 과거사 위원회 가운데 실질적인 조사 업무를 하는 곳은 군의문사위 등 네 곳 정도다. 이에 따라 과거사 위원회 안팎에서는 굳이 필요하다면 실질적인 조사 업무가 끝나고 보상 및 명예회복 절차가 남아 있는 곳들부터 우선 통폐합을 고려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무엇보다 ‘신뢰의 문제’를 강조한다. 김덕진 천주교인권위 사무국장은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다 숨진 이들의 진상을 규명하는 건 국가의 의무이고, 애초 예상보다 진정 건수가 많으면 기간을 늘려 진상을 규명하는 게 상식적인 조처가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 과거사위원회 활동시한 및 업무처리 현황

권오성 기자 sage5th@hani.co.kr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
admin 이영은   2008-12-04 17:45:48
해방후 지지부진 했던 과거사를 청산할 수 있는 기회가 겨우 왔는데, 새정권에서는 또 이 일을 어렵게 만드려하네요. 과거사 청산은 "역사를 통해 정의는 언젠가 승리한다"는 걸 보여주는 중요한 매듭이라고 생각합니다. 통폐합이 아니라 오히려 과거사 연구를 위한 지원이 더 이뤄져서 과거사위가 많은 성과를 이뤄내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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