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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경제불황 기사] 치솟는 금값, 야속한 손님
- 강성명
- 조회 : 11737
- 등록일 : 2008-11-29
치솟은 금 값과 얼어붙은 경기 탓에 제천시내 귀금속 상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 1년 간 금 시세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랐다. 11월 현재, 제천 지역 금 시세는 한 돈에 15만원. 1년 전 같은 시점에는 9만 5천원이었다. 상점 주인들은 "터무니없이 높아진 가격 때문에 금을 사러 오는 사람보다 팔러 오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가게에 물건만 쌓이고 나가지 않는 기형적인 상황이다."며 입을 모았다.

<1년간 시세 그래프를 보면 금값이 무척 가파르게 오른 것을 알 수 있다>
지난 11월 27일 제천시 중앙 시장에 위치한 금은방 세 곳을 찾았다. 3대에 걸쳐 25년 간 "제천 금방"을 운영하고 있는 김시웅 (50, 제천시 청전동)씨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60% 이상 매출이 감소했다고 털어 놨다. "손님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아기 돌이나 결혼 예물처럼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사러 오지 않는다"고 김씨는 말했다. 그는 특히 올 가을 혼수철이 가장 힘들었다고 전했다. "작년에도 금값이 많이 올랐지만, 결혼 비용을 아끼는 사람은 거의 없어 보통 250~300만원 정도 예물을 맞추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올해 초 금융 위기가 오고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요즘은 대부분의 예비 부부들이 70만원대 커플링으로 예물을 간소하게 준비한다. 손님들이 야속하지만 어쩌겠냐"며 김씨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2대 째 운영되던 이 가계를 물려받았다는 김씨는 최근 업종 변경을 심각하게 고려했지만 막상 행동에 옮기지는 못했다고 했다. "웃어른들께 죄송한 마음에 차마 가게를 포기하진 못했다. 어려운 와중에도 간간히 찾아와 주는 단골 고객들이 지금으로써는 유일한 희망이다."

<제천시 중앙 시장에 위치한 귀금속 상점들은 높아진 금값과 불경기 탓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른 곳도 상황이 나쁘긴 마찬가지였다. 중앙 시장에서 "로이드"를 운영하고 있는 조 모(43, 청전동)씨는 10월에 비해 매출액이 40% 가량 떨어졌다고 했다 . "IMF 때도 어렵긴 했지만, 지금처럼 가파르게 매출이 떨어지진 않았다. 그 때는 몇 몇 돈 있는 사람들이 물건을 사갔지만, 지금은 부자들이 더 주머니를 풀지 않는다." 조 씨는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몇 몇 아이디어를 내 봤지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조씨는 "아기 돌 반지용으로 금이 덜 들어가지만 디자인을 강화한 14K 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손님들이 뉴스에서 금값이 높다는 말을 듣고 가계에 오지 않고 아예 현금으로 선물을 하려는게 큰 문제다." 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업주들은 디자인을 강화한 저가품을 내 놓지만, 손님들의 반응은 차갑다>
맞은 편에 위치한 "성신당" 주인 이영자 (67, 청전동)씨. 40년 째 귀금속 업계에서 일했다는 이 씨는 장사를 하면서 요즘처럼 속상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방금도 손님 한 명이 결혼 예물을 팔고 가며 울먹거렸다. 여기서 그 예물을 맞출 때 신랑과 행복해하던 모습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다. 평소 친 딸처럼 가깝게 지냈던 손님이었는데...."라며 이씨는 말끝을 흐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