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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이영은] 남대문ㆍ동대문 그리고 명동엔 ‘엔고특수 넘실’
- 이영은
- 조회 : 11795
- 등록일 : 2008-11-24
남대문ㆍ동대문 그리고 명동엔 ‘엔고특수 넘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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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패션의 3대 메카로 통하는 서울 명동과 남대문, 동대문 일대 쇼핑타운이 엔고 특수로 즐거운 비명이다. 엔화가 100엔당 1600원까지 치솟는 등 사상 최고의 엔고(高) 현상이 나타나면서 엔화를 앞세운 일본인 관광객의 대한민국 원정쇼핑이 봇물을 이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방문하는 일본인 관광객은 1년 전에 비해 무려 68%나 증가했다. 이를 대변하듯 서울 명동, 남대문, 동대문 쇼핑가엔 원정쇼핑에 나선 일본인 관광객들로 넘쳐났다.
21일 남대문시장 일대는 일본인 관광객 천지였다. 특히 남대문 일대 김 상점들은 일본인들로 인해 연일 문전성시를 이뤘고, 즐거운 비명도 쏟아냈다. 남대문시장에서 포장김을 판매하는 제일상사 주인 김모(32) 씨는 점심도 잊은 채 일본인 관광객 4명을 상대로 김을 파느라 분주했다.
일본인들은 김씨가 제공한 시식용 김을 맛 본 뒤 즉석에서 1만원짜리 김 세트 8개를 쇼핑백에 담았다. 김씨는 “내수가 좋지 않아 걱정이 태산이었는데 그마나 엔고 때문에 일본인 관광객이 몰려 다행”이라며 활짝 미소를 지었다. 엔고 특수로 콧노래를 부르기는 다른 상인들도 마찬가지다.
남대문시장에서 홍삼 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여ㆍ55) 씨는 “홍삼 캡슐이 예전보다 30% 이상 많이 팔리고 있다”면서 “가격 부담이 없어진 탓인지 요즘엔 일본에서 팩스로 상품을 주문하는 일본인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전했다. 화장품과 의류매장도 일본인 관광객으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남대문시장 안쪽에 위치한 ‘더 페이스샵’ 남대문점은 매장 내부를 아예 원조 한류스타인 배용준의 사진으로 도배하고 일본인 관광객을 맞았다. 주인 정모(46) 씨는 “광고모델을 배용준으로 바꾸자 매장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이 눈에 띄게 늘었다”면서 “매출이 적어도 30% 이상 늘어난 것 같다”고 즐거워했다.
남대문시장과 이웃한 대한민국 패션1번지 명동도 일본인 관광객 천지다. 명동에 영업 중인 상점 가운데 상당수가 일본어 간판을 내걸었고, 일본 음식과 일본어 메뉴판을 등장시킨 식당도 부지기수다. 명동도 엔고 비즈니스 열풍이 한창인 것이다.
명동의 ‘커피 앤 하우스’ 직원인 김모(31) 씨는 “일본인 매출이 20~30% 증가했다”며 “최근 늘어난 일본인 관광객을 잡기 위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데리야키 넣은 샌드위치를 내놓았다”고 대답했다.
명동에서 만난 와카나 사치코(여ㆍ21) 씨는 “일본 옷이랑 디자인이 별로 차이가 없는데 가격은 정말 싸다”면서 “짧은 치마를 세 개나 샀다”고 자랑했다. 백화점, 면세점도 엔고 특수가 한창이다.
소공동에 있는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이 백화점에서 세금 환급 신청을 한 일본 쇼핑객은 3598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64명)보다 35%, 구매액(37억300만원)은 44% 증가했다.
롯데백화점 홍보팀 이경수 씨는 “반찬코너 매출은 90% 이상이 일본인이 대상”이라면서 “10월 한 달 매출만 20%, 특히 김치 매출은 15%, 김은 증가폭이 10%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신라, 동화 등 인근에 위치한 면세점들도 일본인 매출이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미국발 불황으로 경기가 꽁꽁 얼어붙었던 동대문 쇼핑가도 엔고 특수로 경기가 서서히 살아나는 모습이다. 밀리오레, 두타 등 동대문 일대 상가에 옷을 구입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모습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쇼핑과 관광을 동시에 즐기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는 니미츠(여ㆍ25) 씨는 “이번이 두 번째 한국 방문인데 2004년 방문 때보다 적은 돈을 가지고 왔다”면서 “그래도 살 수 있는 상품들이 많아 좋다”고 말했다. 그는 밀리오레 1층 여성 캐주얼매장에서 3만7000원짜리 캐릭터 목티를 3만6000원에 구입한 뒤 바지를 구입하기 위해 다른 매장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엔고특수를 공략하려는 쇼핑몰의 움직임도 빨라졌다. 밀리오레는 건물 1층은 일본인 관광객을 위한 별도의 안내창구를 설치했다. 이곳엔 일본어 통역원을 배치했고, 일본어로 된 쇼핑안내 설명서까지 비치하는 등 엔고 비즈니스에 돌입했다. 두타 등 나머지 쇼핑몰도 엔고 특수를 매출로 연결하기 위해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황혜진 기자(hhj6386@heraldm.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