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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조민수]불황땐 디버전스 제품 뜬다
- 조민수
- 조회 : 12814
- 등록일 : 2008-11-19
- [New Trend] 불황땐 "디버전스 제품" 뜬다
- 4만9000원 짜리 가스레인지 "인기"
외식 감소로 쌀·반찬류 매출 늘어
용량 줄인 미니 상품 40% 더 팔려
새 가스레인지는 생선 그릴 같은 부가기능이 없고 점화 기능만 살렸다. 대신 가격은 일반 제품보다 30% 정도 싼 4만9000원이다. 이씨는 "기능 한두 개 추가해 가격을 2~3배 올린 제품보다는 기본 기능만 갖춘 실속형 제품에 더 눈길이 간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동양매직이 공동기획한 이 제품은 지난달 30일 첫 출시 후 10일 동안 1300개 넘게 팔렸다. 반면 기존 판매 1위이던 다른 제품은 같은 기간 143대 판매에 그쳤다.
주식과 부동산의 동반 하락으로 소비자들의 가처분 소득이 크게 줄면서 소비 패턴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①호황에는 컨버전스, 불황에는 디버전스
사람들은 지갑이 두둑할 때는 가격이 다소 비싸더라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소위 컨버전스(convergence·여러 가지 기술이나 성능이 하나로 융합되거나 합쳐지는 일) 제품을 사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처럼 불경기에는 핵심 기능만 살리고 불필요한 기능을 줄여 가격을 대폭 낮춘 디버전스(divergence·컨버전스와 반대되는 뜻으로 본래의 기능에만 충실하자는 개념) 제품에 대한 수요가 커진다.
이마트 가전 매장에서 요즘 잘 팔리는 20만원대 세탁기가 대표적이다. 이마트와 대우일렉트로닉스가 기획해 만든 이 세탁기는 필터를 매직필터가 아닌 가격이 저렴한 거름망으로 바꾸는 등 부가기능을 최소화해 26만9000원에 내놓았다. 매직필터를 갖춘 동급 제품보다 5만원 이상 저렴해, 일반 세탁기보다 요즘 매출이 2~3배 많다. 롯데마트에서도 복합 기능을 갖춘 고가 전기밥솥 판매는 주춤한 데 비해, 취사와 보온기능만 갖춘 "디버전스" 제품은 10%가 넘는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 ▲ 이마트의 한 매장에서 주부 고객이 생선그릴 같은 부가기능을 없앤 대신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디버전스형(실속형) 가스레인지를 살펴보고 있다. /신세계 이마트 제공
외식을 줄이고 가족끼리 집에서 식사하는 경우가 늘면서 직접 만들어 먹는 내식상품 매출도 크게 늘고 있다. 매년 정체나 소폭 감소세를 보였던 쌀 매출도 늘고 있다. 이마트는 주력상품인 20㎏ 쌀이 전년과 비교해 10.5% 늘어났고, 소포장 쌀은 13.8%, 즉석정미 매출도 31.8% 증가했다. 롯데마트가 지난달 1일부터 이달 10일까지 내식상품 매출을 분석한 결과, 쌀과 잡곡류는 9.2%, 반찬류와 즉석식품은 5.4%, 데우기만 하면 먹을 수 있는 반조리 식품은 15.8%, 라면은 14.3%, 국수 등의 면류는 55.8% 증가했다. 피자, 치킨 판매도 20% 정도 늘었다.
③버리는 음식 적은 소용량 인기
신규 대형마트 점포들이 올 들어 경쟁적으로 만든 "싱글 존(미니상품 판매대)" 코너는 집에서 식사를 잘 하지 않는 싱글족이나 맞벌이 부부 등을 겨냥한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일반 가정에서도 구매가 크게 늘고 있다.
미니상품의 대표격인 미니 케첩, 미니 참기름, 미니 골뱅이, 소용량 햄 등의 매출이 지난달부터 40% 이상 늘고 있다. 용량을 반으로 줄인 실속대파, 1인용 회 등 신선 식품의 소용량 제품도 속속 생기고 있다. 올 1월에 처음 선보인 기존 라면보다 용량을 30% 줄인 "신라면 미니(84g)" 역시 칼로리가 적어 여성들에게 인기다.
신세계 이마트 이경상 대표는 "묶음판매나 대용량 상품을 주력으로 판매하는 대형마트에서 소용량 제품 매출이 크게 늘고 있는 것은 불경기 시대에 "적게 구입해 알뜰하게 먹겠다"는 합리적인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조선일보
박순욱 기자 swpark@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