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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수능스케치] 조용하고 차분하게 응원해요

  • 김하늬
  • 조회 : 11683
  • 등록일 : 2008-11-18
 

조용하고 차분하게 응원해요

-달라진 수험장 풍경: 응원은 조용하게 ,뒷정리는 깨끗하게


수능 시험장 모습이 해마다 바뀌고 있다. 올해는 시끄러운 응원가와 구호가 떠오르는 전통적인 풍경대신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달라졌다.


2009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13일 오전, 서울 관악고 시험장 교문 앞에는 학교 선배를 응원하러 온 학생들로 북적였다. 학생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수능응원 문구 피켓을 들고 서 있었지만 소리를 지르거나 시끄럽게 구호를 외치지는 않았다. 영등포여고에서 온 김지연(17)양은 “요즘 누가 시끄럽게 응원해요.”라며 선배들이 교문에 들어설 때마다 ‘지하철이냐, KTX냐’ 라는 재미있는 문구의 피켓을 흔들기만 했다.


건너편에 자리잡은 대영고 응원단 책상 위 큰 찜통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올랐다. 교문 앞에서 만두를 찌고 있던 정명윤(18,대영고)군은 “시끄러운 응원가보다 실속 있는 먹거리를 준비했다”며 시험장에 들어가는 선배들에게 수능대박 만두를 손수 입안에 넣어주며 “내년에 시험 볼 때는 후배들이 더 맛난 먹거리를 준비해왔으면 좋겠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얀 장갑을 끼고 수화를 선보인 김근호(18,경문고)군은 “교회 선배를 응원하러 왔다”며 “조용하지만 튀지 않냐”며 웃었다.


서울 언남고 시험장 교문 앞에는 30여명의 적은 인원이 모였다. 학생들은 피켓을 들고, 수험생들에게 따뜻한 음료를 대접했다. “선배 얼굴만 보고 돌아가려고요.” 동아리 선배를 응원 나왔다는 오지혜(17,서문여고)양은 친구3명과 함께 선배를 기다리며 단출하게 서있었다.


서울 성남고 교문 앞에 명당을 차지하고 있던 동작고 응원팀 자리에는 테이프로 구역표시가 돼있었다. 밤을 새워 자리를 맡았냐는 물음에 장현진(18)양은 “추위 속에서 밤을 왜 새우냐”고 반문하며 “어제 와서 자리를 맡아 놓고 새벽에 다시 왔다”며 “밤을 새우는 것이 더 좋은 응원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해 밤새워 응원 준비를 하던 예년의 풍속이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전처럼 추운 시험장 앞에서 떡이나 엿을 붙여놓고 기도하던 어머니의 모습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이를 시험장에 들여보내고 묵묵히 학교 안을 바라보고 서있던 김영숙(48, 영등포동)씨는 “시험장이 아닌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수험생 학부모를 위한 기도회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수고하셨습니다.” 고사장 입실 마감시간인 8시10분, 조용하고 침착하게 응원하던 학생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학생들은 태우던 장작을 끄고, 남은 음식과 쓰레기를 말끔히 청소한 뒤 삼삼오오 모여 고사장 앞을 떠났다. 예년처럼 응원을 더 하거나 지각생을 기다리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6년 째 학생들을 응원하러 왔다는 학원 강사 박송이(34, 사당동)씨는 “응원가를 경쟁하듯 학교별로 시끄럽게 부르는 것 보다 조용하게 응원하는 것이 수험생들에게 편안함을 줄 것 같다”며 “예전에는 끝나고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해 두고 갔었는데 응원소품 등을 깨끗이 치우고 돌아가는 모습을 보니 응원문화가 많이 성숙해 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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