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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조민수]공부 금지?… 운동만 하는 아이들
- 조민수
- 조회 : 11683
- 등록일 : 2008-11-11
[학교 체육, 교실로 돌아가자] 공부 금지?… 운동만 하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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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훈련에 몰두하고 있는 A고교 축구부 선수들. 이들이 올해 3~11월까지 수업에 들어간 날은 보름 정도. 2학년 학생 10명 중에 담임 선생님 이름을 아는 선수는 2명뿐이었다. /이명원 기자 mwlee@chosun.com |
"경기 지면 대학 못가… 올해 수업일 2주"
초등교때부터 책 멀리… 운동할 수밖에
지난 2일 오전 11시 A고등학교 축구부의 경기장. 40여 명의 선수들이 다른 고교 팀을 상대로 "주말 리그" 경기를 치르고 있었다. 이 리그는 운동부 학생들의 공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주말에 치르는 대회였다. 이들은 인근 허름한 모텔에 묵으며 경기에 참가한다. 그렇다면 과연 이들은 어떻게 생활하고 있을까? 이들의 합숙소를 찾아가 2박3일간 숙식을 함께하며 일과를 들여다 봤다.
고교 선수들은 합숙소에서 "공부만 빼고" 청소년들이 할 만한 모든 일들을 하고 있었다. 선수 대부분은 "올해 3월 개학 이후 수업 들어간 날은 다 합쳐서 보름 정도"라고 입을 모았다. 오전·오후 2시간씩의 훈련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 이들은 완벽한 자유인이었다. 군대 내무반 형태로 생긴 큰 방에서 TV를 보고, 매점에서 시간을 보냈다. 휴대용 게임기에 빠진 학생들도 있었다. 일부는 방에 모여 화투를 쳤다. 그 옆에서 구경하다 낮잠이 드는 학생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B(18)군은 "초등학교 졸업하고 언제 제대로 연필 잡아봤는지 기억도 안 난다"고 했다.
축구부 아이들은 학교 내의 이방인이었다. 일반 아이들과 교실도, 점심시간도 달랐다. 이 학교 2학년 축구부 10여 명에게 담임 선생님 이름을 물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누구였더라?" "○○○ 아닌가?" "난 여름에 전학 와서 교실 근처에도 못 가봤는데…"라며 당황했다. 정확하게 선생님 이름을 말한 학생은 2명뿐이었다.
학교 운동부 합숙소에서 이런 모습을 목격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선수들은 물론이고 감독권자인 학교 당국도 이들의 공부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 운동부원들은 학생 이전에 선수였고, 학생의 기본 의무인 공부는 뒷전에 밀려나 있었다. 한 달에 40여만원의 회비를 내고 있다는 C(18)군의 어머니는 "다른 학교 선수들은 다 훈련하는데 우리 애들만 공부하다가 (대회 성적 안 나와서) 대학도 못 가면 어떻게 하느냐"고 했다.
학생선수들도 고민을 안고 있었다. 올해 초 고3 축구선수 1380명 중에서 647명이 대학에 진학했고, 불과 30명만이 프로 및 실업축구로 직행했다. 대학 졸업생 287명 중 프로 및 실업에 간 선수는 160여 명이다. 나머지는 일반 학생들과 경쟁해야 한다. 고교생 D(17)군은 "앞으로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지금이라도 공부하고 싶죠. 하지만 초등학교 때부터 아무것도 안 해서 지금은 어쩔 수가 없어요. 운동에만 전념할 수밖에요"라고 말했다.
한국은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종합 7위를 차지했고 2002년 한일월드컵 때 세계 4강에 오른 스포츠 강국이다. 그러나 선수들이 자라는 환경은 너무나 후진적이다.
학교 외부에서 개인훈련을 하는 비인기종목 주니어 국가대표 E군(고교생)은 "올해 등교한 날은 모두 합해서 2주일 정도"라며 "특히 영어를 배우고 싶은데, 고된 훈련이 끝나면 책을 들 힘이 없다"고 말했다. 고3인 배드민턴 주니어 국가대표 F군의 경우는 학교에 등교는 한다. 그러나 공부는 사치스러운 이야기다. 그는 "운동 끝나고 집에 가면 오후 8~9시가 되는데 힘들어서 다른 생각이 안 난다"며 "학교에서 하는 오전 수업 땐 거의 잔다"고 말했다. 그나마 대회가 다가오면 한 달 전부터 오전 수업도 다 빠지고 훈련에 전념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