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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이동현]35년 죽어라 일하고... 2시간 만에 짓밟힌 삶
- 이동현
- 조회 : 12855
- 등록일 : 2008-11-03
| 35년 죽어라 일하고…2시간 만에 ‘짓밟힌 삶’ | |
| 돈없어 못 먹고 못 배워도 남 원망없이 살았는데… 세 식구 거리로 내쫓고 보상 커녕 돌아온 건 주먹 더 이상 “갈 곳이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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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
■ 2008년 10월10일 오전 9시, 건설 노동자 강광헌(50)씨가 25년 동안 살아온 서울 상도4동 200만원짜리 전셋집이 헐리는 데는 2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강씨는 이 과정에서 철거 인부들에게 맞아 전치 5주 상처를 입었다. 전날 저녁 7시에야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은 강씨는 보상은커녕 옷가지도 챙기지 못했다. 강씨네는 그날 이후 24일 동안 밥은 이웃집에서 먹고 잠은 동네 버려진 집에서 자고 있다. 딸(8)의 여벌 옷은 이웃이 줬다. “왜 우리 집을 부쉈냐”라고 딸이 물어 강씨는 “좋은 아파트를 주려고 그런다”고 답했다. 딸은 “그러면 수정이(동네 친구)네 집도 부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씨는 “일용직은 도시를 떠나 살 수 없다”며 “갈 곳 없으니 버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1984년 26살 강씨는 일자리를 찾아 서울에 와 상도4동에 눌러앉았다. 이곳에 오기 전에 서울은 다 번쩍번쩍한 줄만 알았다. 32살에 결혼해 42살에 어렵게 딸을 얻었다. 강씨가 오전 7시~오후 6시까지 일하면 일당 3~5만원. 아내는 아이 돌보다 짬 나는 대로 청소일을 나갔다. 한달에 100여만원이 손에 쥐어지면 그 가운데 20만원은 딸 학원 보내는 데 썼다. ‘내 복이 이것뿐이니, 누굴 원망하겠나’라고 여겼다. ■ 1976년 18살 강씨는 돈을 벌러 광주로 왔다. 벽돌공장에서 하루 10시간씩 삽질을 했다. 장마가 져 일을 쉴 때는 소주 한두 병 홀짝이는 게 위안거리였다. 대학생이 부러웠지만 그들은 ‘황새’, 자신은 ‘뱁새’라고 생각했다. 벽돌 만드는 기술을 익혔지만 벽돌 만드는 기계가 들어와 잘렸다. ■ 1958년 9월20일, 강씨는 전라남도 곡성군 오산면에서 태어났다. 강씨가 나고 곧 아버지가 숨졌다. 어머니는 날품팔이로 강씨와 누이를 키웠다. 어린 시절엔 배가 고파 밀가루죽을 어머니 몰래 쒀 먹다 혼이 났다. 그는 등록금을 내지 못해 중학교를 중퇴하며 ‘돈이 없는 데 떼를 쓰면 뭐 하겠나’하고 생각했다. 그뒤 마을 부잣집 일을 도왔다. 1년 품삯은 쌀 한 가마니였다. 민간주택 사업을 벌이려는 땅 주인인 건설업체는 지난해 동작구청이 이곳을 재개발 지역으로 묶자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업체가 이기면 세입자 보상은 없고, 재개발 지역이 되면 강씨는 임대주택 신청권, 이사비, 거주 이전비 등을 받을 수 있다. 재개발 지역 지정 취소 소송과 별도로 업체가 철거소송을 내 이기면서 철거가 먼저 이뤄졌다. 홍인옥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개발자의 종류에 따라 세입자의 삶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며 “주거권을 인권으로 보고 철거민들에 대한 대책을 의무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하지만, 그나마 서울에 지어진 공공 임대주택은 12만호, 이런 곳이 필요한 기초생활 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은 50만명에 이른다.
글·사진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 ||||||||||
| 삶터 단숨에 앗아간 ‘철거폭력’ | |
| 상도4동 철거반원들, 주민들에게 주먹 휘둘러 부상 속출에 경찰에선 “철거민이 법집행 방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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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민 기자 |
철거 전날인 지난 9일 저녁 7시께 강씨는 법원으로부터 ‘집행문 부여통지’를 받았다. 무슨 뜻인지 잘 못랐지만 낌새가 이상해 강씨와 이웃들은 새벽 5시부터 대문을 지켰다. 10일 오전 10시 철거회사 직원 400여명이 상도 4동에 들이닥치더니 지붕을 타고 내려왔다.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러 강씨는 갈비뼈를 다쳤다. 철거회사 직원들은 저항하는 사람들을 끌어낸 뒤 짐을 차에 실어 어디론가 보내버렸다. 낮 12시, 집은 사라졌다. 오후에 학교에서 돌아온 딸은 폐허 앞에서 울었다. 강씨는 “아직 보증금도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같은 시각, 철거 인부들은 기초생활수급자 박천순(48)씨의 집에도 들이닥쳤다. 박씨의 남편 김두근(54)씨가 10년째 당뇨합병증으로 꼼짝없이 누워있는 곳이다. 이 동네에서 33년째 살아온 최균순(56)씨는 박씨 집을 함께 지켜주다 물통에 머리를 처박혔다. 이날 주민 40여명이 다쳤고, 철거 인부는 10여명이 다쳤지만, 연행된 사람은 철거 인부 3명을 때린 혐의를 받은 김도균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사무국장 뿐이다. 동작경찰서 관계자는 “법원 판결에 따라 법 집행을 (철거회사가) 대행하는 상황으로 철거민들이 법 집행을 방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가난해 이사할 엄두도 못 내고 20년씩 눌러 살다 보니 이웃이 가족이다. 김문주(37)씨는 철거민 대책위 사무실로도 쓰고 있는 자신의 집을 갈 곳 없는 강씨와 김복원(63·마을버스 기사)씨 등 가족 5명에게 내줬다. “다 삼촌·이모 같은 분들”이라며 김문주씨네는 집을 시댁으로 옮겼다. 지자체가 재개발 지역으로 지정하고 땅과 집 주인들이 조합을 만들어 재개발하면 세입자는 임대아파트를 신청할 수 있지만, 땅 주인이 단독으로 자신의 소유지에 새 건물을 짓는 경우는 해당 지역 세입자에게 아무런 권리가 없다. 이 지역에 대해 2007년 동작구청은 재개발지역으로 지정했으나, 대한토지신탁 등 땅 주인은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 현재 법정 분쟁 중이다. 이 와중에 대한토지신탁은 7월29일 건물철거 단행 가처분을 신청했고 10월2일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상도 4동 세입자들은 22일 동작구청 앞에서 폭력 방지와 임대주택을 요구하는 집회를 벌인다.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빈민해방철거민연합 제공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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