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시작
단비뉴스 편집실
[윤순혁]먹자골목도 90%가 가게 팔고싶다
- 윤순혁
- 조회 : 11875
- 등록일 : 2008-10-24
먹자골목도 90%가 "가게 팔고싶다"
금융위기 그늘… 벼랑 끝 몰린 자영업
[경향신문] 2008-10-21 09면 총45면 1513자
지난 16일 밤 9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영동시장 부근 "먹자골목". 평소 같으면 사람들로 발 디딜 틈 없었을 골목은 한산했다. 먹자골목 내 60여개 식당 가운데 손님으로 채워진 곳은 불과 5군데 정도. 한 테이블도 손님을 받지 못한 곳도 수두룩했다. 실내포장마차가 성업 중인 이곳은 강남역이 가까워 젊은 직장인이나 대학생들이 몰리는 "목 좋은 곳"으로 통한다. 부동산 업자는 "이 골목 식당·음식점의 90%가 가게를 팔고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점심 신림동 순대타운은 아예 문을 닫은 가게들이 한 건물당 두세 집꼴로 눈에 띄었다. 주변 상인들은 "장사가 하도 안 돼 문을 닫았다"며 혀를 찼다. ㅈ식당 주인 오강옥씨는 "작년 이맘때보다 매출이 3분의 1 수준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업자들은 하나같이 폐업 생각이 굴뚝같다고 한다. 그러나 문제는 목돈이 걸려 있는 "권리금"이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서울 25개 상권 가운데 17개 지역의 평균 권리금 액수가 올해 1·4분기에 비해 노량진은 11.4%, 문정동은 6.9%까지 떨어졌다. 임대료 역시 27개 상권 중 14곳이 떨어졌다. 시흥4거리·노량진·동대문 등은 평균 7~8%까지 임대료가 낮아졌다.
강남 역삼동에서 술집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월 600만원에 이르는 임차료를 내기 힘들어 가게를 내놓은 지 2개월이 됐다. 김씨는 2년 전 인수 당시 2억원이었던 권리금을 1억원으로 깎았으나 여전히 가게는 팔리지 않고 있다.
서울 노원구 월계동에서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씨는 가게를 내놓은 지 3개월이 넘도록 문의 전화 한 통 받지 못하고 있다. 이씨는 "다달이 내는 임차료·식자재비 등을 감당하기 힘들어 더 큰 손해를 보기 전에 권리금을 낮춰서라도 팔아야 할 것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도·산매와 숙박·음식점업 등 4대 생계형 자영업자들의 대출금액은 2006년 63조1269억원에서 지난해 75조5929억원으로 다시 증가했고 올해 2·4분기에는 83조4537억원을 기록했다.
권리금이 없는 무권리 점포 비중은 올 5월 10%였다가 하반기 들어 25%로 커졌다. 심지어 "마이너스 권리금"의 개념까지 등장했다. 점포를 사 주는 사람에게 점포 주인이 돈을 얹어 주는 것이다.
창업 컨설팅 업체는 지금은 손해를 덜 보고 폐업할 수 있게 도와주는 "폐업 컨설팅"으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가게를 처분하는 게 힘들다 보니 거짓 주문서를 만드는 등 적자를 속이기 위한 갖가지 방법도 동원되고 있다. 논현동의 한 술집 주인은 "주문입력기계에 틈틈이 가짜 주문을 찍어넣는 수법은 공공연하다"며 "어떻게든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팔아넘겨야 하는 "폭탄 돌리기"가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송윤경·오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