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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비뉴스 편집실

[변태섭]벼랑 끝에 선 노인을 위한 대책 모자란다

  • 변태섭
  • 조회 : 17086
  • 등록일 : 2008-10-02
벼랑 끝에 선 노인을 위한 대책 모자란다
노인 자살자가 급격히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은 10년 전에 비해 3배 가까이 자살자가 늘었다. 더없이 풍요로운 듯한 세상에서 왜 노인은 ‘죽음을 향한 급행 열차’에 오르는 것일까.
[55호] 2008년 09월 30일 (화) 14:28:10 오윤현 기자 noma@sisain.co.kr
   
ⓒ시사IN 백승기
소외감, 빈곤, 우울증, 노령으로 인한 질환이 노인에게 좌절감을 안겨준다.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 꽃잎에도 상처가 있다/ 너와 함께 걸었던 들길을 걸으면/ 들길에 앉아 저녁놀을 바라보면/ 상처 많은 풀잎들이 손을 흔든다/ 상처 많은 꽃잎들이/ 가장 향기롭다.”
정호승 시인의 ‘풀잎에도 상처가 있다’라는 시이다. 이미 눈치 챘겠지만, 이 시는 하루하루 힘겹게 사는 사람에게 위안을 준다. 그렇지만 가난하고 병든 노인에게는 이 시조차 위로가 되지 않을 듯싶다. ‘가장 향기로운’ 몸을 너무 쉽게 포기해버리기 때문이다.

노인 자살률(10만명당 자살자 수)을 보면 그저 ‘놀랍고 안타깝다’는 말밖에 나오지 않는다. 2005년 우리나라 60~64세 노인의 자살률은 48명. 이는 10년 전(17.4명)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이다. 나이가 많을수록 자살률도 급격히 늘어나는데, 65~69세 노인은 1995년 19.2명에서 2005년 62.6명으로 3배 넘게 뛰었다. 70~74세 노인은 더 많이 자진(自盡)했다. 자살률이 1995년 24.8명에서 2005년 89명으로 부쩍 늘어난 것이다. 80~85세 노인도 2005년 자살률이 127.1명이나 되었다. 65세 미만 자살률(2006년 기준 16.8명)과 비교해보면 노인들이 얼마나 많이 자살하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노인, 자살 성공률도 가장 높아


노인은 자살 성공률도 높다. 응급실에 실려온 자살 시도자의 사망 여부를 조사한 결과, 30~40대는 성공률이 7~8%에 불과했다. 비교적 삶을 더 비관하는 50~64세도 18.6%에 머물렀다. 그런데 65세 이상 노인들은 100명이 자살을 시도하면 32명 정도(31.8%)가 사망했다(2006년 자료).
반면, 노인의 자살 충동성은 세대별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 시도자의 음주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가운데 절반가량이 음주 상태에서 자살을 시도했는데 그 가운데 30~39세가 53.9%로 가장 높았다. 이는 그 연령대의 자살자가 충동적으로 일을 저질렀을 가능성이 높음을 뜻한다. 반면 노인 자살 시도자는 음주율이 겨우 24.7%였다. 더 계획적으로, 치명적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삶의 질이 훨씬 더 나아지고, 복지 예산도 늘어나고, 의료 기술도 첨단화했는데 왜 노인 자살률이 증가하는 것일까. 다른 연령대에 비해 노인이 우울증·소외감·경제적 빈곤 같은 자살 위험 인자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은 나이에 따른 질환과 역할 상실, 배우자 사망 따위의 불행까지 겹겹이 짊어지고 있다.

우울한 노인 돌볼 시설 부족


지난 5월에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노인 자살시도 주요 원인’ 자료에 따르면, 노인 자살 원인 1위는 건강이었다(아래 표 참조). 자살자 세 명 중 한 명 정도가 건강 때문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는 노인들이 질환을 앓으면서 알게 모르게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자식들의 눈치를 본다는 방증이다.
이준노 과장(국립서울병원·노인정신과)은 노인의 등을 낭떠러지로 떠미는 강력한 인자로 우울증을 꼽았다. “우울 증세는 연령대에 따라 다르게 발현한다. 청소년이 반항이나 비행 등으로 표출한다면, 노인은 자율신경계 이상 반응으로 나타난다. 가슴이 뛰고 열이 오르고 안절부절못하는 것이다. 그같은 증세는 노인을 더 불안케 하고, 결국 어둠으로 이끈다.”

자살 노인들이 자신의 삶을 얼마나 비관하다가 자진하는지는 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8월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박형민 전문연구원이 발표한 박사 학위 논문(<자살 행위의 성찰성과 소통 지향성>에 따르면, 자살자 70% 이상이 배우자 사별과 경제적 어려움 그리고 자녀의 외면으로 인한 소외감을 겪다가 자살했다. 박 전문연구원은 (유서만 놓고 보면) 노인 자살 원인의 대부분은 소외감 때문인데도, 많은 노인이 유서에 자기를 외면한 자녀를 원망하기보다 격려하는 내용을 남긴다고 소개했다. “노인 자살도 주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하는 마지막 몸부림이다”라고 박 전문연구원은 말했다. 이는 서울과 수도권 지역 경찰서 3곳의 수사 기록에 첨부된 노인 자살자 81명의 유서를 분석한 결과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꼬리에 꼬리를 무는 노인 자살자를 줄일 수 있을까. 아마,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자식의 지속적인 관심과 경제적 후원일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제도적으로 강요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노인복지관 같은 노인 건강 관련 시설을 확대하는 수밖에 없을 듯한데, 2006년 현재 국내의 노인복지관은 183개 정도뿐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용하는 노인보다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이 훨씬 더 많다. 정보가 없어 이용하지 못하는 노인도 적지 않다. 가족이나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부분이다. 오강섭 교수(강북삼성병원·정신과)는 “독거 노인을 직접 방문하거나, 노인 우울증을 조기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 노인 자살률을 줄이는 한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제목아이콘이미지  댓글수 1
admin 변태섭   2008-10-02 13:08:26
어제 오늘이 아니다. 최근 최진실 씨 자살에서도 볼 수 있듯, 자살은 점점 더 사회에 만연해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노인 자살이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그에 따른 대책은 미흡한 현실이다. 이런 세태를 잘 보여준 기사같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이 적시되지 않은 게 아쉬운 부분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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