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 소속 가정도우미 김숙희(49·여·左)씨가 그 친구다. 김씨는 다른 도우미들과 조를 짜 80명의 독거노인과 장애인을 돕는 활동을 하고 있다. 성산동에 사는 김씨는 1998년부터 10년 동안 강 할머니를 보살펴 왔다.
“처음에는 냉장고도 못 열어보게 하셨어요. 혼자 사는 노인 분들은 경계심이 강하더라고요. 하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통장을 쥐여주며 은행 심부름도 시킵니다.”
김씨가 도우미 일을 처음 시작할 때 40만원이었던 월급은 10년이 지난 지금도 70만원 정도다. 하루 네 집을 방문해 집안일을 돕는 일은 노동 강도가 만만치 않다. 그럼에도 김씨는 “그만두려 해도 그럴 수 없다”고 말한다. 할머니들과 쌓인 정 때문이다. 2001년 강 할머니는 연탄가스에 중독됐다. 김씨는 병원으로 달려가 꼬박 두 달간 할머니 곁을 지켰다. 퇴근 후에도, 휴일에도 할머니를 찾았다. 정성스러운 간호 덕분인지 할머니는 건강을 되찾았다.
“그때 할머니가 마음의 문을 여시더군요. 젊은 시절 일본에서 도쿄대까지 다녔고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살아온 얘기를 처음 들었어요.”
이후 할머니와 김씨는 모녀처럼 서로를 아끼는 사이가 됐다. 할머니는 집안일을 하고 있는 김씨를 보고 “떠 먹는 요구르트 냉장고에서 꺼내 먹어”라고 채근한다. 명절 때면 주스 한 박스라도 김씨에게 들려 보낸다.
주부인 김씨는 “두 아들이 건강한 정신을 갖고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모범을 보이고 싶어 도우미를 시작했었다”고 설명했다. 대학생 아들은 주말에 김씨를 따라 할머니와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김씨는 “아이들 학교에 갔더니 선생님이 ‘남에 대한 배려심이 있고 효심도 깊은 것 같다’고 하더라. 내가 할머니 돌봐드리는 걸 보고 자라 그런 것 같아 뿌듯했다”고 말했다.
“5년 전이에요. 할머니가 10년 넘게 키우던 고양이가 죽었죠. 두 달을 울더라고요. 지금도 고양이가 할퀸 자국이 남은 탁자 다리를 쓰다듬곤 하시죠. 독거노인들이 처음엔 좀 차가워요. 하지만 알고 보면 다들 따뜻하시죠.”
김씨가 할머니에게 “내가 할머니 울까 봐 그만 못 둔다니까, 그쵸?”라고 농담하듯 말을 건넸다. 할머니가 수줍게 웃었다.
◆올해 100세 되는 노인 726명=보건복지가족부는 2일 장충체육관에서 노인의 날 기념식을 열고 올해 100세가 된 노인에게 건강·장수를 기원하는 장수 지팡이인 ‘청려장(靑藜杖)’을 증정한다. 올해 100세가 되는 노인은 726명으로 지난해 684명 보다 6% 늘었다. 복지부는 노인 복지에 기여한 서원석 대한노인회 이사 등 5명에게 국민훈장과 포장을 수여한다.
정선언 기자